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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 바쁘다는 내면의 의미와 필요한 힐링

글금 2024. 7. 2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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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바빠 엄청 바빠서 정신없어 바쁜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바쁘다고 하는 그 내면의 의미가 있다면 믿겠는가?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거의 막바지 파트에 이르렀을때 많은 깨달음을 얻는 부분이 있다.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는 이렇게 말했다. "산업화와 상업화는 인간이 직접 바쁜 생활 속으로 뛰어들어가게 만들었다."

통상적으로 바쁘다고 하는 사람은 능력이 매우 뛰어나거나 귀속돼 있는 회사가 승승장구하여 일이 많은 경우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 또한 어느 직장엘 가나 일복터진 사람이라 바쁜건 정말 그러한 줄 알았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기전에는 말이다.

시간떼우는 직장인의 꿀직장

직장인 중에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일하는 직장을 꿀직장이라 한다. 시키는 일만 대충 하고 인터넷 쇼핑하며 시간떼우다 칼퇴근 하는 직장을 선호한다. 반대로 시간죽이기 식의 할일이 없음을 못견디며 차라리 정신없이 바쁜상황을 선호하는 직장인도 있다. 나는 그 후자다. 물론 체력과 내 뇌가 쉴새없이 가동되느라 실수도 생기고 피곤하지만 내가 할일이 있다는 건 내 포지션이 확실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걸 느낀다. 벌써 퇴근시간이야? 하며 집중해서 하던 업무를 조금만 더 해서 마무리짓고 퇴근하고 싶어진다. 아니 어느새 퇴근시간이 됐음에 놀람과 한탄을 동시에 느끼며 살짝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그만큼 내가 업무시간에 열정을 불태웠다는 증거가 되니까 말이다. 나 역시도 바쁜 현대인으로 바쁘다는 진짜 내면의 속뜻 그 의미를 나도 모르게 부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타이탄의 도구들 = 내용캡쳐

엄청 바빠야 안심하는 직장인

책의 이 구절을 보고 사실 뜨끔했다. 저 말은 내가 자주 쓰는 말인데. 그래서 바빠! 엄청바빠! 정신없어! 이 말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나는 과연 항상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임하면서 얼마나 많은 업적을 이뤘는가? 열아홉 어린나이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늘 바빠왔는데 그에 합당하게 내 살림살이는 나아졌는가? 바쁜 현대인들의 바쁘다는 말의 깊은 내면의 속뜻 즉 솔직한 의미는 스스로의 야망이나 추진력, 불안때문이라고 한다. 바쁜 것에 중독되어 바쁘지 않은 상황을 못견디며 바쁘지 않을까봐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회사 업무가 넘쳐날때도 있고 널널할때도 있거늘, 주어진 업무가 거의 마무리되어 갈때라든지 일이 한가할땐 퇴근후 잠들때까지 '내일은 뭘하지? 어떤 일을 찾아서 해야하지?' 불안해 한다. 출근해서도 가시방석에 앉아있는양 안절부절 굳이 안해도 될일까지 샅샅히 뒤져서 하게된다.

물론 자진해서 업무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자세는 회사대표에게 칭찬받아 마땅하며 내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건 맞지만

한가할땐 그냥 가끔 좀 쉬어도 된다. 회사 주변 산책도 좀 하고 편의점에서 음료라도 하나 사먹어도 된단 말이다.

타이탄의 도구들 = 내용캡쳐

바쁘니까 직장인이다

그래 맞다. 바쁜게 좋은거지 뭐. 한가한 것 보다 백 배 낫지. 이런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심지어 주변 지인들도 바쁘다는 말에는 축하 비슷한 찬사를 보낸다. 그 내면에는 아마도 바쁜 회사에 다니니 그 회사는 망할 일은 없겠구나 하는 판단이 내재돼있을 것 이다.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언급하는 바에 따르면 바쁜 현대인들의 바쁘다는게 좋다는 말의 속뜻과 의미는 오히려 내게 합리적인 상황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바쁘다고 하면 일단 따분하고 의미없는 초대를 거절하고 달갑지 않은 프로젝트를 외면하여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핑계가 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정말 그러하지 않은가? 일단 '나는 바쁜인간'이라는 인식을 심어두면건설적이지 않은 지인들의 따분한 모임과 인맥을 담보로 거절하기조차 애매하도록 업무적인 부탁을 해오는 지인들의 달갑지 않은 연락에도 바쁘다는 이유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아주 좋은 거절사유가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제발 내 삶에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메세지를  '바빠, 너무바빠'라는 현실적인 말로 애둘러 나만의 울타리를 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타이탄의 도구들 = 내용캡쳐

긴장이 풀릴때 찾아오는 불안감

이 단락은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다루고 있는 바쁘다는 것의 깊숙한 의미에 대한 내용들 중 가장 내 마음을 들킨듯 가슴을 후벼파는 내용이다. 회사에선 프로페셔널하게 아주 바쁘게 정신없이 움직이다가 퇴근 후 잠들기 직전에 우르르 쏟아지는 내 걱정거리들과 온갖 잡생각들이 '옷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물들처럼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라는 작가의 이 표현력에 감탄에 감탄을 금치못하며 또한 가슴에 생채기 난듯 내 감정을 마구 후벼판다. 그렇다. 바쁜 현대인의 바쁘다는 그 내면 속뜻과 의미가 여실히 드러난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처럼 코너에 몰린 쥐새끼처럼 도망갈 곳 없이 말이다. 요즘말로 '빼박'. 바쁠때건 한가할 때건 늘 바쁘다고만 했던 내 말은 어쩌면 가장 강력한 도피처였는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바빠야 걱정거리도 잊고, 수없이 나를 괴롭히는 온갖 잡생각들도 잊을 수 있으니까. 그 순간만이라도 괴로운 인생살이에서 벗어나길 바라니까. 하지만 그렇게 잠시잠깐 삶의 무게를 미뤄놓는다고 그 무게가 없어지진 않는다. 퇴근 후 잠들기전. 조용하고 어두운 공간에 나혼자 있을때. 하루의 피로를 마무리하며 전쟁터같았던 고조된 긴장을 서서히 내려놓을때. 그땐 어김없이 걱정과 시름들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게 마련인 것이다.

타이탄의 도구들=내용캡쳐

 

조금만 여유를 가져보자

물론 바쁘게 살지 말란 뜻은 아니다. 나는 과연 정말 바쁜 것일까? 의도적으로 바쁜상황을 만들고 있진 않은가? 돌이켜볼 필요는 있다는 말이다. 걱정과 괴로움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한 의도된 바쁨 또한 개인만의 도피처겠지만 그럼으로 인해 우리네 몸과 마음은 서서히 더 힘들어져 갈 뿐이다. 육체적 노동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뇌 또한 상황에 따라 몸의 온갖 신경계에 명령을 내리고 수행하면서도 내가 진정 바라는 모습과 반복적으로 엊갈리는 상황에 뇌도 갈 길을 잃어버려 과부하가 걸리고 힘들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스스로 몸과 정신을 피로 속으로 떠미는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도 아니고 회사도 한가한 곳만 골라서 유유자적 살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업무 중에는 업무에 집중하되, 집에서는 마음 편하게 휴식을 취하라는 말이다. 휴일에 마저 업무생각에 스트레스로 가족과 계획했던 여행을 소홀히 하거나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싶었던 동호회활동을 계속해서 미루지 말라는 말이다. 물론 걱정없이 삶을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여유를 즐기는 와중에도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것이 걱정이니 다만 그 걱정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소중한 내 가족과 주변사람들과의 시간을 조바심나게 보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쁜 현대인의 바쁘다는 말의 내면의 속뜻과 의미가 참 서글프기도 하지만 부정할 수 없음에 지금이라도 나부터 내가 어떻게 하면 더 내 자신에게 위로가 되고 힐링되는 시간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장마철인 요즘, 심심하면 비가 쌔리 붓는날의 연속인데 타닥타닥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며

집앞 작은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흔적들을 무위(無爲)로 감상해보는 것 부터 시작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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