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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배움터 독서-조선왕조실록

글금 2024. 7. 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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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도 없고 동네친구도 몇 없던 시골 깡촌에서의 초등학교 들어가기전 어린시절. 그 당시는 국민학교라고 해야 맞겠다.

나무로 된 양문을 열고서야 보이는 흑백 TV에서나 마주하던 세상은 마냥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그마저도 아버지의 호된 단속에 TV시청은 제한적이었으니 심심한 시골 어린아이는 아버지 책꽂이의 책들을 하나하나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나보다. 기껏해야 예닐곱살이었던 코헐레기 아이가 독서를 통해 인생을 배우기 시작한 때가. 수많은 책이 있지만 역사서보다 좋은 가르침은 없다. 내가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은 바로 조선왕조실록이 그것이다.

 

인생 최고의 배움터 책

내가 어릴적 아버지 책꽂이에서 꺼내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 책갈피용 끈이 달린 양장제본된 책이었다. 펼치는 순간 종이냄새와 오랜 세월의 향기가 묵직하게 베인 오래된 책 특유의 냄새가 났다. 누런 갱지에 타자기로 한 글자 한 글자 쳐내려 간듯한 세로로 정렬된 활자체. 늘 손에 책을 달고 지냈던걸 보면 내용도 기억안나고 제목도 기억 않나지만 그 당시엔 무진장 흥미롭게 읽었나보다. 그리고 알게모르게 시나브로 책 속에 담긴 교훈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었나보다. 지금도 나는 마음이 답답할 때면 어김없이 책을 읽는다. 인생을 배우는 현명한 지침서가 독서이고 몇달전 읽었던 조선왕조실록에서 무언가 알듯말듯 헷갈리기도 하지만 분명히 전해주는 인생의 진리가 느껴졌다.

태정태세문단세..

태정태세문단세...사실 역사에 대해 별 관심도 없었고 조선 왕이 누구누구였는지 잘 모르면 딱 저정도까지밖에 기억 않나지 않은가? 나만그런가? 사실 아직도 조선의 27명의 왕을 술술 외우기 어렵다.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광인효현숙경영정순헌철고순 헥..헥..ㅎㅎ 조선왕조실록을 읽는 당시에는 각 왕들마다 특출난 업적과 성향, 지혜, 임기응변 등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며 온몸에 닭살돋게 소름끼치며 읽었지만 지금 몇 대 왕 누가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 어떤 왕이었는지 질문하면 지금도 기억이 잘 않난다. 어느 왕이 중전과 적장자를 얻었는지 어느 왕이 후궁과 대를 이었는지..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을 다시 읽기로 했다. 궁금한 부분만 찾아서 봐도 되겠지만 안된다. 518년 조선의 역사는 그 서사를 알아야 재미있으니까.

27대에 걸친 조선의 호랑이

내가 읽은 조선왕조실록은 5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책이었으나 실제 조선왕조실록은 무려 2,077권으로 이루어진 기록물이라고 한다. 이 책을 모두 읽으려면 족히 5년가까이 걸린다는 통계가 있으니 이 엄청난 조선의 역사를 액기스만 뽑아서 함축해서 500페이지로 편찬해낸 작가에 존경과 감탄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내가 읽은 조선왕조실록에서는 각 왕들에게 부여한 '호랑이'라는 닉네임도 참 재미있다. 그리고 후손들이 나라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긴 조선의 춘추관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왕실의 정치 내용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삶까지 담아낸 기록들은 조선시대의 역사를 아는 것에 지나지 않고 오늘날의 정치현실과 서민들의 삶에 옳고그름의 판단 기준이 되기도하고 그 어떤 가르침보다 훌륭한 스승이 되기도 한다. 이토록 사료적 가치가 높은 조선왕조실록은 그야말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만 하다.

재미있는 조선왕조실록

일반 책보다 1.5배는 두꺼운 조선왕조실록을 집어들면서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의문이었지만 일단 읽기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그 어떤 소설책보다도 재미있다. 마치 평론가처럼 전문가처럼 그럴듯하게 멋있게 조선왕조실록의 후기를 남기는 분들처럼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사실 난 지금 내용이 잘 기억 않난다. 아니 뒤죽박죽 섞여있다고 해야 맞겠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조선왕조실록을 읽었노라고 글 쓰는게 참 부끄럽다. 하지만 그래서 아까도 말했지만 그래서 다시 읽고 있다. 달달달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조선시대를 이해하고 흡수하며 서사대로 자연스럽게 조선을 기억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분명한건 이 책 한권 속에 인생의 배움과 고난에 대처하는 답이 나와있으니까.

설레는 독서

이 글을 작성하면서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사진이 없어서 폰에 있는 아무 사진이나 갖다 넣었지만 그만큼 하고싶은 말도 많고 깨닫는 바도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흰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자로다. 어릴적부터 오래된 책냄새를 맡으며 읽어내려갔던 이 활자들은 멍하게 바라보며 뜬구름을 잡게 하는 바보상자 같은 TV나 단숨에 도파민을 생성하고 사라지는 SNS에 비할바가 아니다. 한 자 한 자 정성껏 각인된 활자는 문장이 되어 눈에 보여지는 멋드러진 장면보다 훨씬 더 크고 자유롭게

독자 개개인의 상상의 나라를 펼치게 만들어준다. 이 개개인의 상상 속 펼쳐지는 장면들은 잠들어 있던 희망과 야망을 꿈틀거리게 하고 불안과 두려움에 망설이고 숨어있었던 겁쟁이를 서서히 그리고 과감하게 세상밖으로 이끌어준다. 그리고 마침내 '실천'으로 옮기게 하여 분명한 삶의 진리와 깨달음을 전달한다. 인생의 배움터 독서는 너무 설렌다. 내일은 또 어떤 글귀로 나를 감동시켜줄까? 일단 조선왕조실록 다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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